‘클레이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36·스페인)이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세계 랭킹 5위 나달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2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3위 알렉산더 츠베레프(25·독일)에 2세트(7-6〈10-8〉, 6-6) 도중 기권승을 거뒀다.

츠베레프는 발목 부상을 당했다. 2세트 6-6 타이브레이크에서 오른쪽 발목이 꺾인 그는 코트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한참 뒤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제대로 걷지 못했다. 결국 츠베레프는 휠체어를 타고 코트를 떠났다. 응급처치를 받은 츠베레프는 경기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해 기권했다.

츠베레프는 목발을 짚고 다시 코트에 나와 관중에게 인사했다. 팬은 그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꿈꾸던 츠베레프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츠베레프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2020 US오픈 준우승이다. 프랑스오픈은 지난해 4강이 최고 성적이다.

이로써 나달은 통산 14번째 프랑스오픈 우승에 도전한다. 그는 이 대회 최다 우승(13회) 기록 보유자다. 클레이코트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국내에선 ‘흙신‘으로 통한다. 프랑스오픈은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US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 중 유일한 클레이코트 대회다.

나달의 진가는 이날도 드러났다. 1세트에서 2-6으로 뒤지다, 무서운 뒷심을 발휘해 6-6 동점을 만들었다. 타이브레이크에서 8-8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첫 세트를 따냈다. 이날 경기는 2세트 도중 끝났지만, 무려 3시간 13분간의 접전이었다.

나달이 이번 대회 정상에 서면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21회) 우승 횟수를 22회로 늘린다. 라이벌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 로저 페더러(스위스·이상 20회 우승)와 격차를 벌린다. 고질적인 왼쪽 발목 부상이 최근 악화한 나달은 8강에서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라이벌 조코비치를 꺾었다.

조코비치는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다.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 13차례 결승에 진출해 모두 우승했다. 나달은 캐스퍼 루드(23·노르웨이)와 마린 칠리치(33·크로아티아)가 또 다른 준결승 승자와 우승을 놓고 맞붙는다. 결승은 5일 같은 장소에 열린다.

나달은 경기 후 코트 인터뷰에서 "무척 힘든 경기였다. 츠베레프의 상황이 안타깝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다. 우승을 노렸던 그에겐 불운이다. 그러나 나는 그가 앞으로 여러 번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할 거라고 확신한다. 빠른 쾌유를 빈다"며 격려했다.

그는 이어 "3시간 이상 경기하고도 2세트를 마치지 못했다. 혈투였다. 츠베레프가 뛰어난 수준의 경기렬 펼치면 정말 상대하기 어렵다. 나에겐 프랑스오픈 결승에 한 번 더 오를 수 있어 꿈같은 순간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결승에 진출하게 돼 유감이다. 츠베레프의 행운을 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