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판대장 오승환’은 더 볼 수 없다… 하지만 잡음 없다, 마지막 헌신 준비됐다
- 출처:스포티비뉴스|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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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43·삼성)은 KBO리그가 낳은 역사상 최고의 클로저다. 화려한 경력, ‘끝판대장’이라는 압도적인 수식어가 이를 잘 증명한다. 2005년 삼성에서 데뷔해 KBO리그에서만 통산 427세이브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 무대라는 메이저리그에서도 42세이브를 기록했고, 우리보다 수준이 높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80세이브를 보탰다. 9회에 어울리는 선수였다.
지난해 개막까지만 해도 오승환이 다른 보직에서 뛰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전성기보다 못한 구위라고 하지만 2022년 31세이브, 2023년 30세이브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해 삼성의 개막 마무리도 오승환이었다. 그러나 오승환의 KBO리그 통산 세이브 개수가 427개에서 더 뻗어 나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여러 상황이 있어 세이브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삼성의 구상이라면 그 기회가 쉽게 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삼성의 9회 구상에 오승환은 없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팀의 불펜 구상을 설명하면서 오승환이 여전히 팀의 필승조 구상에는 포함되어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9회를 맡길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감독은 “마무리는 정해져 있다”고 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통해 데려온 김재윤(35)이 마무리를 맡는다. 김재윤은 지난해 시즌 중반 이후 부진했던 오승환 대신 마무리로 승격해 11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KBO리그 통산 180세이브를 기록한 실적 있는 마무리다. 올해 시범경기 네 차례 등판에서도 실점은 없다. 어쩌면 삼성은 오승환을 보조하고, 또 ‘자연스럽게’ 마무리 자리를 이어 받을 선수로 김재윤을 낙점하고 거액을 쏟아 부었다. 그 시점이 ‘자연스럽게’ 찾아왔다고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이맘때까지만 해도 우선권이 있었지만 지난해 제아무리 오승환이라고 해도 세월을 이기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확인했다. 어느덧 KBO리그 최고령 선수다. 지금까지 활약하는 것도 대단하다. 다만 지난해 5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하며 마무리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다. 팀의 포스트시즌 전력 구상에도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오승환 정도의 경력이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오승환은 보직에 개의치 않고 팀에 헌신하겠다는 각오가 있다는 게 박 감독의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이런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해왔고, 구단과도 충분한 대화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오키나와 캠프 당시 오승환의 활용폭이 넓다고 여지를 열었다. 홀드 상황에 등판하는 셋업맨이 될 수도 있겠지만 선발과 셋업맨 사이를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16일에도 오승환을 7~8회 정도에 쓸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지금 계획한 것이 김태훈이나 임창민의 컨디션이 떨어졌다고 하면 그 상황에서 오승환이 컨디션에 따라 들어갈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의 컨디션, 그리고 동료들의 컨디션에 따라 투입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승환도 자존심이나 자신의 욕심만 세우지 않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잡음은 없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작년부터 이야기를 많이 해왔던 상황이다. 작년에 중반 이후부터 그런 상황들을 계속 설명했고 이 팀에서 본인의 역할이 이제 어딘지 그것도 본인이 알고 있다”면서 “그런 것에 대한 불안감은 전혀 없는 것 같다. 본인도 거기에 대해서 충분히 납득하고 거기에 맞춰서 준비를 잘 했다”고 베테랑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오승환이 필승조에서 뛸지, 추격조에서 뛸지, 혹은 지난해 막판처럼 1군과 2군을 들락거리는 선수가 될지는 오로지 오승환의 컨디션에 달렸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준비를 했기에 심리적인 혼란은 지난해보다 훨씬 줄었다고도 볼 수 있다. 경기력 반등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로 2년 FA 계약이 끝나는 오승환이다. 새 보직에 잘 적응한다면 내년에도 볼 수 있다. 오랜 기간 삼성의 9회를 지배했던 오승환이 낯설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마지막 헌신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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