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죄지만, 백인 경찰 욕설 파문…대표팀 주장 자리도 위태?
- 출처:스포츠경향|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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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여자축구 첼시 소속 호주여자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샘 커(31)가 인종차별적 괴롭힘 혐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법적 공방을 넘어 이번 사건이 커의 향후 선수 생활과 명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영국 BBC는 13일 “샘 커가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이번 사건이 그의 커리어에 남길 여파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커는 재판 후 “힘든 밤에 감정을 잘못 표현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커와 약혼자이자 미국 여자축구대표 출신 크리스티 뮤이스는 지난해 런던에서 술자리를 가진 후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당시 커가 차 안에서 구토를 했고, 뮤이스는 택시 뒷유리를 깨뜨렸다. 택시기사는 이들을 트위크넘 경찰서로 데려갔다. 이 과정에서 커는 경찰과 말다툼을 벌였고, 한 백인 경찰관에게 “멍청하고 백인이다”라고 욕설을 했다. 이에 인종차별적 괴롭힘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커는 전 첼시 감독 엠마 헤이스와 주장 밀리 브라이트 등 축구계 인사들의 탄원서를 제출받았다.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 칼리 텔포드가 법정에서 커의 성품에 대해 “경기장에서는 활기차지만, 평소엔 내성적이고 겸손하다”고 증언했다.
커의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의 평판에 미칠 타격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커 본인도 사건 당일 행동이 부끄럽다고 인정하며 재차 사과했다. 첼시는 재판 내내 법률 대리인을 파견해 사건을 예의주시했다. 커는 재판 시작 전 홍보팀을 강화하는 등 이미지 관리에 나섰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 팀 크로우는 “커의 향후 커리어는 경기력과 대외적 이미지 관리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커의 주요 후원사인 나이키, 호주 커먼웰스은행(Commbank), 통신사 메이트(Mate)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영국과 호주 양국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이번 재판은 호주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호주 축구협회는 “커의 성명을 존중하며,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커의 주장직 유지 여부 등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호주 여론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커도 사람이다. 실수할 수 있다”며 옹호했지만, 일각에서는 “대표팀 리더로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했다. 현지 언론도 “축구협회가 엄격한 조치를 통해 리더의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커는 현재 무릎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훈련 도중 무릎을 다친 커는 최근 첼시 훈련장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하며 복귀를 준비 중이다.
영국계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다문화 배경을 가졌고,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한 그는 대표적인 성소수자(LGBT) 스포츠 영웅이다. 커는 2009년 15세의 나이로 호주 국가대표에 데뷔해 A매치 128경기에서 69골을 기록한 호주 여자축구의 상징적인 존재다. 2019년 첼시에 입단해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 5회 우승을 이끌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FA컵 결승에서 골을 넣으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BBC는 “커는 이번 재판을 계기로 운동선수의 사회적 책임과 대중의 기대 사이에서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고 전했다.
소니아 봄파스토르 첼시 감독은 “커가 사과 성명을 발표했고, 난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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