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외교관' 메가가 날면 정관장도 비상한다
출처:오마이뉴스|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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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30일 기업은행전 56.76% 성공률로 23득점, 정관장 3-0 완승

정관장이 적지에서 기업은행의 7연승 도전을 저지하며 대승을 거뒀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30일 경기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7,25-13,25-14)으로 완승을 거뒀다. 1라운드 후반부터 2라운드 초반까지 4연패에 빠지며 흔들렸던 정관장은 최근 3경기에서 2승을 따내며 3위 기업은행(21점)과의 승점 차이를 6점으로 줄였다(5승6패).

정관장은 반야 부키리치가 서브득점 1개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51.35%의 성공률로 22득점을 기록했고 미들블로커 박은진도 80%의 공격성공률로 6득점을 올리며 정관장의 대승에 기여했다. 아직은 경기마다 다소 기복을 보이는 정관장은 이 선수의 유무, 그리고 활약에 따라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한다. 이날 무려 56.76%의 성공률로 23득점을 퍼부은 ‘인도네시아 특급‘ 메가왓티 퍼티위가 그 주인공이다.

인도네시아 공격수 선택한 정관장의 모험

 

 

K리그가 2009년, 남자프로농구 KBL이 2020-2021 시즌부터 아시아쿼터를 도입하면서 V리그에도 아시아쿼터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초 신생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창단되는 2021-2022 시즌부터 아시아쿼터 도입을 추진했지만 일부 구단이 난색을 표하면서 미뤄졌다. 하지만 한국배구연맹은 2022년7월 이사회를 통해 2023-2024 시즌부터 아시아쿼터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첫 번째 아시아쿼터에서는 ‘아시아 최강‘ 중국이 대상국에서 제외됐고 또 다른 배구 강국 일본에서도 단 3명만 지원했다(게다가 그 중 한 명은 신장 158cm의 리베로였다). 배구팬들은 7명이 지원한 태국 선수들이 대거 선발될 거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태국 국가대표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올랜도 발키리스)가 전체 1순위, 아웃사이드히터 위파위 시통(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 2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3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정관장에서 의외의 선택을 했다. 바로 ‘배구변방‘ 인도네시아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를 지명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올림픽은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안게임 같은 아시아 규모의 국제대회에서도 의미 있는 성적을 올린 적이 없는 약체였다. 그런 나라의 선수를 185cm의 신장만 보고 지명한 것이라면 너무 ‘무모한 실험‘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정관장은 이어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아포짓 스파이커가 아닌 아웃사이드히터 지오바나 밀라나를 지명하는 파격행보를 이어갔다. 외국인 선수를 서브리시브에 참여시키는 아웃사이드히터로 선발했다는 것은 아시아쿼터로 지명한 메가를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 투입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희진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정관장의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한 메가는 35경기에 출전해 득점 7위(775점),공격성공률 4위(43.95%),서브 2위(세트당 0.25개),후위공격 3위(43.65%)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오른쪽을 책임진 메가의 활약 덕분에 정관장은 2016-2017 시즌 이후 7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많은 배구 팬들이 의심했던 아시아쿼터 메가 지명은 ‘대성공‘이었던 셈이다.

재계약 후 지난 시즌 능가하는 활약

 

 

정관장은 4월의 마지막 날 메가와 연봉 1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지난 시즌 활약과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당연한 재계약이었다. 그러나 메가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외국인 선수 지아와의 재계약이 결렬된 정관장에서 새 외국인 선수로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활약했던 아포짓 스파이커 부키리치를 지명한 것이다. 부키리치와 메가는 같은 오른쪽 공격수로 포지션이 겹친다.

정관장의 고희진 감독은 비 시즌 동안 두 선수를 훈련 시켜 수비가 더 좋은 선수를 왼쪽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컵대회가 개막했고 정관장은 9월30일 기업은행을 상대한 대회 첫 경기에서 메가를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시켰다. 메가의 수비가 부키리치보다 떨어졌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바꿔 말하면 메가가 자신의 포지션을 지켜낸 것이다.

메가는 V리그 개막 후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활약으로 정관장의 주공격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 20일 허벅지 부상으로 결장했던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전을 제외한 10경기에 출전한 메가는 득점 3위(232점)를 달리고 있다. 경기당 평균득점은 23.2득점으로 득점 2위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현대건설,평균 22.45점)를 앞서고 공격성공률도 김연경(흥국생명,46.39%)에 이어 2위(43.13%)에 올라있다.

메가는 30일 기업은행전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통해 정관장의 완승을 견인했다. 이날 부키리치와 똑같이 33.64%의 점유율을 기록한 메가는 무려 56.76%의 성공률로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23득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메가는 노란 리베로(16개) 다음으로 많은 13개의 디그를 성공시키며 수비에서도 큰 기여를 했고 83.33%의 성공률로 5개의 후위공격을 성공시키며 개인통산 200번째 후위득점을 기록했다.

현재 V리그에서는 메가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인도네시아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메가를 응원하고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메가의 경기가 중계되고 있다. 그리고 비 시즌에는 정관장 구단과 선수들이 인도네시아에 초청을 받아 친선 경기를 치르며 현재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기도 했다. 과거 튀르키예에서 맹활약한 김연경이 그랬던 것처럼 메가 역시 한국에서 ‘배구 외교관‘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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