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희망이다] 보육교사 관두고 드론축구에 빠진 20대 여성 대표
출처:연합뉴스|202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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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직업 검색하다 드론에 관심…자격증 따고 드론축구 선수로 활동
2년 전 인천서 드론 교육업체 창업…"드론축구 프로팀 운영이 꿈"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드론 축구는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리나라가 종주국인 미래형 스포츠입니다. 실력을 좀 키워 나중에는 꼭 프로팀을 직접 운영해 보고 싶어요."

2년 전 드론 교육업체 ‘구름WE‘를 창업한 박소영(28·여) 대표는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인천에서 다녔다. 전공은 드론이 아닌 아동 보육이다.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2017년부터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2년 넘게 근무했다.

매일 일터에서 해맑은 아이들을 보며 마음을 정화하면서도 부모조차 버거운 보육 업무를 온종일 감당하느라 오히려 마음에 생채기가 날 때도 있었다.

생채기가 덧나기 시작할 무렵 무작정 보육교사 일을 그만뒀다. 별다른 계획은 없었다.

계획에 없던 드론이 박 대표의 일상으로 날아들어 온 건 우연이었다. 친오빠와 동네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제 뭐 하고 살지"라고 푸념한 날이었다.

박 대표의 오빠는 "포털사이트에서 미래 유망 직업을 한번 찾아봐"라고 무심하게 말했다. 검색 결과는 3D 모델러, 자율주행 개발자, 드론 기술자 등이 장래가 밝은 직업이라고 소개했다.

이 중에서 박 대표가 "그나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건 드론 기술자였다. 드론 국가 자격증부터 따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19년 여름, 어머니 친구가 운영하는 사설 교육원에서 2개월 동안 20시간 드론 비행을 한 뒤 ‘초경량 비행장치 무인 멀티콥터 조종자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어렵게 자격증을 땄는데도 막상 드론 일자리는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져 야외 강연이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잠시 토스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그는 일이 없는 동안 더 철저히 준비하자는 생각에 ‘드론 지도 조종자 자격증‘까지 딴 뒤 2020년 8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드론 축구를 배웠다.

박 대표는 "당시 돈을 벌고 싶은데 코로나19로 마땅한 드론 일자리가 없었다"며 "드론 축구 전문가 과정을 소개한 인터넷 공고를 보고 아카데미에 찾아갔다"고 떠올렸다.

그는 경기 광주에 있는 드론 축구 아카데미에서 방과 후 강사 양성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2021년까지 2년가량은 드론 사설 교육원에서 교관으로 일하면서 주말에는 드론 축구선수로 활동했다.

이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드론 축구에 빠져들었다. 교관으로 일하던 교육원에서 퇴사하며 "혼자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다.

프리랜서로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방과 후 강사로 나가 드론 강습을 했고, 인천 드론 축구팀도 직접 꾸려 선수로 대회에 참가했다.

박 대표는 "전국에 드론 축구팀이 3만개가량 된다"며 "2021년 11월 전주시장배 전국 드론 축구대회 3부 리그에서 최우수상(2위)을 받아 처음 입상했다"고 기억했다.

 

 

드론 축구대회는 보통 일반부(1∼3부)와 유소년 리그로 나눠 열린다. 경기는 무선 조종기로 제어하는 공격수 드론 1대와 수비수 드론 4대가 한 팀을 이뤄 같은 비율의 상대 팀 드론 5대와 대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세트 3분씩 3세트로 승부를 가린다.

드론 주변에 탄소 소재를 보호장구처럼 둘러싸면 원 형태의 공이 만들어진다. 가로 7m·세로 16m 규모(일반부 기준)의 경기장 양쪽 3m 높이에 설치된 골대를 공격수 드론이 통과하면 득점으로 인정된다.

박 대표는 "성인부 드론은 시속 80㎞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유소년용은 시속 15㎞로 날아다닌다"며 "일반 드론을 야외에서 날릴 때는 어딘가에 안 부딪히게 조심하는데 드론 축구는 일부러 부딪쳐 상대 드론 공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날아오는 상대 공격수 드론을 부딪쳐 득점을 막았을 때는 희열을 느낀다"며 "5명이 하는 팀 스포츠여서 청소년들이 드론 축구를 배우면 집중력을 높이거나 협동심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드론축구협회 인천 미추홀지부장인 박 대표는 현재 일반부 2개 팀과 유소년 1개 팀을 직접 운영하며 감독도 맡고 있다.

그가 창업한 ‘구름WE‘는 인천에서 유일한 드론 축구 아카데미다. 드론 축구 교육뿐만 아니라 드론을 활용한 체험 행사도 열고, 학교나 공공기관을 찾아다니며 코딩이나 로봇 분야도 함께 강의한다.

박 대표는 30일 "드론 교육업체 창업 후 드론축구 교육비와 외부 강의 수업료가 주수입원"이라며 "혼자서 회사를 운영하는데 보육교사로 일할 때보다 2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자체 경기장이 없어 인천에서 경기도까지 가서 훈련하는 게 조금 힘들다"며 "젊음을 무기 삼아 나중에는 누구나 드론 체험을 할 수 있는 센터를 인천에 꼭 만들어 드론 축구도 활성화하고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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