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가나전 직관 후, 나는 무너졌다
출처:오마이뉴스|2022-11-30
인쇄



졌다. 이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경기라서 그랬겠지만, 안타까움으로 무너질 지경이다. 서포터 석에서 응원을 하는 것은 평소와는 다른 진폭으로 요동치는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흔한 인용구처럼 ‘열두 번째 선수‘라고 불리는 서포터의 자리에 서면, 피치의 선수들과 함께 뛰며 그들의 감정을 전해 받는 것으로 그동안은 눌러놓았던 마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를 응원하는 동안, 내가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 모든 감정들이 솟구쳤다. 아... 그만큼 극과 극을 오가던 경기였고, 극과 극을 요동치던 감정이었다.

연일 이어지는 강행군으로 몸도 마음도 한참이나 가라앉은 월요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하에서의 9일 동안 7개의 경기를 봤고, 사이의 시간 동안 근처의 관광도 게을리할 수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대한민국의 2차전이 열리는 아침은, 아무리 잠을 자도 피곤이 쉽게 개운해지지 않고 자꾸 침대에 붙어있고만 싶었다. 하지만, 오후 4시 경기이니 12시에는 숙소에서 출발해야 했고, 한낮의 뙤약볕은 이동마저도 쉽지 않게 했다. 그래도, 기운을 내야 한다. 오늘의 경기도 붉은 악마 응원석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어야 하니까.



서포터 석에서의 90분은 선수들의 감정을 그대로 전해 받고, 우리의 탄식을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시간이었다. 전반의 무기력한 세트피스 상황들엔 기운이 점점 빠지다가, 가나가 그들에게 온 두 번의 찬스를 그대로 골로 연결시키는 순간은 한없는 절망의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응원을 하는 몸도 이렇게 힘에 부치는데, 경기장에서 뛰는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감히 짐작만으로도 두렵다.

하지만, 후반 초반에 교체된 이강인 선수의 변칙적인 움직임에 이어진 K-리그 득점왕 조규성의 연속 헤딩골은 바닥을 알 수 없이 늘어지던 기분을 단번에 하늘 끝까지 끌어올렸다. 와, 한 사람의 심장이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의 진폭인지 걱정할 겨를도 없이 끝 간 데를 알 수 없는 환희는, 천국이 있다면 이런 마음인지 궁금하게 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가나의 추가골과 또 한 번 겪게 된 진폭은, 기운을 아무리 끌어내려 해도 갈가리 찢긴다.

내 마음이 이런데, 선수들은 어떨까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를 패했다는 안타까움은 자고 난 다음날 아침까지 온몸에 남았다. 인어공주는 사랑을 얻는 대가로 목소리를 잃었다지만, 나는 패배의 아픔만 잔뜩 뒤집어쓴 뒤 목소리를 잃었다. 억울하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다리도 등도 여전히 통증이 남아있다. 게다가 가뜩이나 한국의 겨울을 견디며 잔뜩 건조해진 손은, 연이어 며칠째 멈출 수 없는 박수로 갈라져서, 급기야 피를 보고야 말았다. 아직 이곳에서 봐야 하는 경기가 여섯 개나 남아 있는데, 일정을 어떻게 치러야 할지 자신이 없다. 어떻게든 되겠지만, 지금은 아프다.



사실, 월드컵 원정에서 승리의 환희에 대한 경험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나의 원정 직관을 되돌려 보더라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직관하지 않았으니,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이렇게 딱 두 번의 승리만 허락되었을 뿐이다. 그러니, 승리의 환희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하며 예열된 감정은 열두 번째 선수로서 골대 뒤에 서는 순간, 확률이나 통계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할 수 있는 자신감으로 채워진다.

이런 상태로 월드컵에 왔으니, 그렇게 어렵다는 월드컵에서의 1승을 당연한 것으로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말이다. 통계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믿고 싶지 않은 상태. 어쩌면 서포터가 되어 서는 순간의 솔직한 내 마음이다. 이미 냉정 따위는 기대할 수 없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러니, 목소리를 잃은 엉망진창의 몸이 되어서도 현실은 애써 부정해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경기를 마치고 셔틀버스로 돌아온 수끄 와키프의 광장은 전 세계의 축구팬들로 가득했다. 어떻게든 환호의 한가운데를 피해 가고 싶지만, 이미 공간을 가득 채운 환희는 피할 방법이 없다. 잔뜩 움츠러든 마음으로 인파로 가득한 광장을 조심스럽게 피해서 숙소에 들어왔지만, 잃어버린 목소리가 기억하는 어제의 감정은 앞으로 얼마간은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을 거다. 목소리가 돌아올 때쯤엔 잊혀져 있을까? 여행은 계속되어야 할 테니까.

  • 축구
  • 야구
  • 농구
신문선 축구협회장 후보 “정몽규 회장 후보 자격 없어 사퇴해야”
신문선 축구협회장 후보 “정몽규 회장 후보 자격 없어 사퇴해야”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선 신문선 후보가 정몽규 현 회장의 후보 자격을 문제삼으며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선 후보는 13일 오전 축구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피셜]'민재형 잠시만 안녕' 이름이 월클인 20세 유망주, 라치오 임대 확정…완전영입 옵션 포함
[오피셜]'민재형 잠시만 안녕' 이름이 월클인 20세 유망주, 라치오 임대 확정…완전영입 옵션 포함
바이에른 뮌헨 신성 공격수가 김민재 곁을 떠나 잠시 뮌헨을 떠난다.이탈리아 명문 라치오는 13일(한국시각) 공식 채널을 통해 독일 출신 윙어 겸 공격형 미드필더 아리욘 이브라히모비...
흥민아 난 떠날게! '역대급 불륜남+위자료만 270억' SON 절친, 직접 이적 선언→'밀란-사우디-뮌헨' 관심 쇄도
흥민아 난 떠날게! '역대급 불륜남+위자료만 270억' SON 절친, 직접 이적 선언→'밀란-사우디-뮌헨' 관심 쇄도
맨체스터 시티 수비수 카일 워커가 이적 요청을 했다. 이미 예상 후보지까지 등장했다.영국의 데일리메일은 13일(한국시각) '워커가 팀에 떠나고 싶다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이제 그...
간미연, 언니 이희진 귀여워 하는 동생..베복 우정 여전해
간미연, 언니 이희진 귀여워 하는 동생..베복 우정 여전해
그룹 베이비복스 멤버 간미연이 이희진과의 투샷을 공개했다.13일 간미연은 자신의 채널에 이희진과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간미연은 사진과 함께 “기여워”라고 글을 남겼다.사진 속 간...
미국에 집 있는 이민정, 얼마나 더 행복해지려고…"2025년에는 제발"
미국에 집 있는 이민정, 얼마나 더 행복해지려고…
배우 이민정이 새해 행복을 기원했다.이민정은 지난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제발요 2025년은 행복한 일로 채워주세요...", "2025년 행복한 일들만 올 것 약속!!...
손나은, 설원을 지배하는 '원조 레깅스 여신'
손나은, 설원을 지배하는 '원조 레깅스 여신'
배우 겸 가수 손나은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시 한번 그녀의 독보적인 레깅스 패션을 선보였다. 눈 덮인 배경 속에서도 그녀만의 세련된 감각과 매력이 빛을 발하며, 추위를 잊게 하는 ...

www.7MKR.com

주의: 저희 사이트와 관련이 없는 광고를 통하여 거래하셨을 경우에 생긴 손실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Copyright 2003 - 판권 소유 www.7mkr.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