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치러진 인천 유나이티드와 강원 FC의 경기에서 후반 43분 터진 인천 이정빈의 결승골을 두고 여전히 관심이 뜨겁다. 이 골이 ‘축구 천재’라 불릴 만큼 유망주로 주목 받았던 이정빈이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이정빈은 이날 경기서 교체로 투입된 뒤 후반 43분 강원 수비수들 셋을 앞에 놓고 과감한 슛을 날렸다. 이는 크로스바를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고, 덕분에 인천은 치열한 잔류 경쟁에 귀중하게 쓰일 승점 3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정빈의 골은 단순히 승리를 가져온 것 이상으로 인천에겐 의미가 크다. 애지중지 키워온 프랜차이즈 스타 이정빈의 ‘진짜 출발’을 확인해서다.

인천 광성중-인천 대건고를 거친 이정빈은 인천 유스 라인을 정통으로 거친 유망주다. 특히 어린시절부터 현란한 개인기와 탈압박 기술이 담긴 영상이 돌며 ‘축구 천재’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인천 서포터들 역시 대건고 시절부터 물론 인천 입단 후 R리그까지 이정빈을 응원을 응원하며 이 특출한 재능이 하루빨리 인천의 프로 팀에서 활약하는 날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이정빈의 프로 무대 커리어는 고난이 많았다. 이정빈은 2017년 기대 속에 입단한 뒤 8경기를 치렀으나, 프로의 거친 몸싸움과 압박 등을 이기지 못하고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18년에도 R리그에선 최고의 활약을 펼쳤으나, 정작 프로 경기에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 강원전의 환상적 결승골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잘못된다면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던 급박한 상황서, 안데르센 감독은 주중 R리그서 수원 삼성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친 이정빈을 과감하게 투입했다. 최근 기회를 받고도 힘을 내지 못했던 이정빈은 눈빛을 반짝이며 피치를 밟았고, 2-2로 팽팽하던 상황서 기어이 일을 냈다. 인천의 프랜차이즈 유망주이자 인천 팬들이 오래도록 기다렸던, 그리고 그럼에도 좀처럼 터지지 않던 이정빈의 프로 데뷔골이 이처럼 긴박한 순간 나온 것이다.

이정빈이 득점 후 눈물을 훔쳤으며, 경기를 중계하던 이상윤 해설위원이 “이정빈 선수가 그동안 마음 고생이 많았어요”라며 목이 메였고, 중계에 잡힌 인천 팬이 아끼는 동생을 부르듯 “정빈아”라며 목놓아 부르짖었던 이유다.

이제 이정빈으로선 한 단계 더 올라설 절호의 기회와 마주하게 됐다. 그간 이정빈은 R리그서 실력 만큼은 의심의 여지 없이 도드라졌다. 여전히 어린 나이에도 R리그를 마음껏 휘저었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스탯을 쌓았다. 문제는 K리그에서 그 실력을 그대로 이어가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이정빈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프로 무대에서 자신감을 찾는 것이었는데, 그처럼 압박감이 심했던 속에서 극적 순간 결승골을 넣은 데서 알 수 있듯 이제는 부담감과 자신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진짜 실력을 보여줄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이정빈으로선 강원전 골로 팀을 구했을 뿐아니라, 자신 역시 이전의 아쉬운 모습을 완전히 씻어버릴 귀중한 터닝 포인트를 마련한 셈이다.

강원전서 터뜨린 이정빈의 데뷔골과 쏟아낸 눈물이 ‘축구 천재’의 본격적 등장을 알린 신호탄이었을지, 이어질 이정빈의 활약을 향해 많은 팬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