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는 그 어떤 선수보다…" 허무하게 끝난 첫 시즌, SF는 왜 '실패' 인정하지 않았나
- 출처:OSEN|202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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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이 어깨 수술로 허무하게 끝났다. 부상 전까지 성적도 아쉽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실패’라고 하지 않았다. 한 달 반 남짓한 짧은 기간이지만 이정후의 가능성을 충분히 봤기 때문이다. 이정후에겐 앞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최소 3년, 최대 5년의 계약 기간이 더 남아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왼쪽 어깨 탈구 부상을 입은 이정후가 17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났고, 관절와순 파열로 인해 수술을 권유받았다고 발표했다. 몇 주 내로 시즌 종료 수술을 받을 예정으로 2024년에는 복귀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재활에만 6개월이 걸리는 수술로 시즌 아웃이 결정됐다.
이정후는 지난 13일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서 1회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타구를 잡으려다 펜스에 부딪쳐 왼쪽 어깨 탈구 부상을 입었다. 2사 만루 위기에 타구를 잡기 위해 펜스 앞에서 뛰어올랐는데 하필 쿠션이 없는 외야 불펜 철조망으로 된 부분에 강하게 부딪치며 쓰러졌다.
지난 2018년 11월7일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때 왼쪽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한 경험이 있는 이정후는 부상을 당할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빅리그 첫 시즌을 5월 중순 부상으로 마무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첫 해 성적은 37경기 타율 2할6푼2리(145타수 39안타) 2홈런 8타점 15득점 10볼넷 13삼진 출루율 .310 장타율 .331 OPS .641. 6년 1억1300만 달러 거액을 들여 영입한 선수로는 아쉬운 성적이다.


하지만 현지 언론과 샌프란시스코 내부에선 이정후의 허무한 시즌 아웃에도 섣불리 ‘실패’라는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이날 ‘수술은 당연한 결정이었지만 그게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며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첫 6주 동안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자기 몫을 충분히 했다.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팀 동료들은 그가 모든 공에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좋아했고, 코치들은 상대 투수들의 공격 방법을 배우며 공 맞히는 기술이 점점 발전하는 이정후를 봤다’고 전했다.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도 ‘이정후는 타석에서 편안하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와 외야에서 공격적인 수비 스타일로 KBO에서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 수비와 비슷한 플레이를 여러 차례 보였고, 펜스와 충돌하며 멋진 캐치를 하기도 했다. 코치들은 이정후가 모든 상황, 투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타석에 임한다며 그의 준비성을 칭찬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37경기 타율 .262, 출루율 .310, 장타율 .331, OPS .641은 그가 타석에서 얼마나 좋은 컨택을 했는지 나타내지 못했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이정후의 삼진 비율(8.2%), 헛스윙 비율(9.6%)은 리그 상위 1%에 속했고, 인플레이된 타구의 기대 타율(.284)도 리그 평균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기록을 넘어 이정후는 오라클파크에서 인기 선수로 변모하고 있었고, 구단에서 꼭 봐야 할 선수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서면 관중들은 응원 음악 대신 북소리에 맞춰 이정후의 이름을 외쳤다’고 전했다.
이정후에게 6년 1억1300만 달러 거액을 투자해 영입한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운영사장도 “이정후는 올 시즌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장점을 많이 봤고, 계속 더 좋아질 것만 같았다.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중견수로서 공격과 수비에서 우리 팀의 성공에 점점 더 중요한 선수가 되고 있었기에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자이디 사장은 “스프링 트레이닝 첫 날부터 이정후는 조금도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이미 훌륭한 빅리거로 보였다. 다른 리그에서 온 선수라면 올스타라도 오자마자 바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정후는 내가 본 다른 어떤 훌륭한 선수들보다 그런 면에서 훨씬 앞서 있었다. 그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정후는 “루키 시즌을 이렇게 마무리할 줄 몰랐다.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실망스런 시즌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낙관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그동안 펜스를 두려워하지 않은 수비 플레이에 대해선 “(김)하성이형은 어떤 플레이를 하든 항상 100% 노력을 기울인다. 나 역시도 어떤 플레이든 100%로 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답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는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 그에게서 야구를 빼앗는 것은 슬픈 일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한 달 반이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올 시즌 이곳에서 보낸 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야구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스포츠이고, 야구 아니면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강인한 마음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정후는 앞으로 2~3주 안으로 수술을 받은 뒤 6개월 재활 과정을 거쳐 내년 1월 어깨에 완전한 힘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활 대신 수술을 결정한 것도 내년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함이다. “이 문제를 즉시 해결하고, 2025년을 최대한 앞당기는 게 합리적이었다”고 강조한 자이디 사장은 “우리는 이정후가 완전히 회복되길 바라고 있고, 2025년 다시 강인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고 건강한 복귀를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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