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모자라 “너 한 번 차봐” 차범근 말에 축구 시작, 독일 ‘10년 경력’ 쌓고 K리그 데뷔한 29살 최경록의 이야기
- 출처:MK스포츠|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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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록(29·광주 FC)은 K리그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다.
최경록은 2013년 아주대학교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로 건너갔다. 계약을 제시한 팀이 있었던 건 아니다. 입단 테스트 기회만 있었다. 최경록은 성실함을 인정받아 2013년 6월 FC 장트 파울리 유소년팀 입단에 성공했다. 이듬해인 2014년엔 장트 파울리와 성인팀 계약을 맺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최경록은 2023년 6월까지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2019년 12월 십자인대 파열이란 큰 부상을 당한 이후에도 경쟁력을 보이며 독일에서의 프로 경력을 이어갔다. 최경록은 2022-23시즌 후 고심 끝 새 도전을 택했다. 최경록이 선택한 팀은 K리그1 광주 FC였다. 2024시즌 K리그1 9경기 출전 1골. 광주 중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최경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한국에서 보내는 첫 시즌입니다. 독일과 많이 다르진 않습니까.
한국 사람이잖아요(웃음). 아주 잘 적응해서 재밌게 축구하고 있습니다. 코칭스태프, 동료들 모두 잘 대해주고요. 제가 팀을 위해 더 잘하면 될 듯합니다. 경기를 치를수록 K리그1이 생각했던 것보다 수준이 높다는 걸 느껴요. 동시에 이정효 감독님을 중심으로 우리가 하려는 축구가 ‘정말 특별하다’는 걸 확인하고 있죠.
Q. 2013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0년 동안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했잖아요. 그런 선수의 눈으로 봐도 광주 축구는 특별하다고 느낍니까.
정말 특별하죠. 한국뿐 아니라 세계 축구계가 우러러보는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가 구현하고자 하는 축구를 하려고 합니다. 우린 미팅 시간에 세계적인 팀들의 영상을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어떻게 하면 저들처럼 축구할 수 있을까.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훈련하죠. 팬들에게 더 재밌는 축구를 보이고자 하루하루 온 힘을 다합니다.
Q. 앞서 말씀했듯이 아스널, 맨시티처럼 세계적인 팀들이 하는 축구잖아요. 어렵진 않습니까.
정말 재밌어요. 물론 쉽진 않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쉽게 하는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어려울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진 않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그 어려운 걸 어떻게든 해내려고 힘써요.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발전하는 걸 느낍니다.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확신도 강해지고요. 자신감도 붙습니다.
감독님은 매일 미팅을 통해서 선수별 보완해야 할 점을 짚어주세요. 선수들은 그걸 받아들이고 오늘보다 더 발전된 내일을 위해 땀 흘리죠. 눈앞의 결과가 항상 좋은 건 아닙니다. 단, 이러한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 팀이 될 것이란 확신이 있어요. 우리의 성장 과정은 압도적으로 우수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거예요. 팬들에게 더 재미난 축구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겁니다.
Q. 2013년 대학을 중퇴하고 독일로 날아가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다녔잖아요. 그렇게 독일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10년의 경력을 쌓았습니다. 독일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무엇입니까.
축구를 대하는 자세를 배웠어요. 솔직히 독일에서의 생활이 마냥 좋았던 건 아닙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포기하고 싶은 날이 많았죠.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단단해진 듯해요. 경기에 1분이라도 출전하기 위해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법을 익혔죠.
프로축구 선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힌 것 같아요. 경기력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발전을 꾀했습니다. 훈련이나 경기로 일과를 마친 적이 없어요. 훈련이나 경기가 끝나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공간에서 공을 받을 수 있을지 동료들과 논의했습니다. 공을 가졌을 때 어떻게 하면 더 여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훈련했죠.
Q. 2024시즌을 앞두고 광주에 합류한 이유를 알겠네요.
이정효 감독님이 하시는 고민과 비슷한 부분이 많죠. 광주가 구현하고자 하는 축구가 재밌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Q. 독일에서 프로 생활을 하면서 “더 단단해졌다”고 표현했잖아요. 독일에서 가장 보람됐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은 프로 데뷔전이에요. 2013년 장트 파울리 유소년팀에 입단해 2군을 거쳐 1군 무대에 선 날이었죠. 2015년 4월로 상대는 포르투나 뒤셀도르프였어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2골 1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아쉬웠던 건 부상이었어요. 2019년 12월 십자인대 파열이란 큰 부상 이후 계속 다쳤던 것 같습니다. 몸 상태가 올라올 때쯤 부상이 반복됐죠. 경기 출전이 불규칙하다 보니 체력과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매우 어려웠어요. 제가 처음 독일로 향했을 때 꿈꿨던 목표치가 있었는데... 잦은 부상으로 목표에 다다르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Q. 독일에서 10년 이상을 버텼습니다. 혈혈단신(孑孑單身) 독일로 건너가 10년 이상 경력을 쌓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부상 등의 큰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버티고 도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가족이죠. 가족은 제가 잘 나갈 때나 힘들 때나 변함없는 응원과 격려를 해줬어요. 특히나 아버지께선 한국과 독일을 오가면서 제 뒷바라지를 해주셨습니다. 저보다 비행기를 훨씬 더 많이 타셨어요. 어머니, 형도 제가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가족을 위해서 포기할 수 없었어요. 가족은 제가 지금도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땀 흘리는 이유입니다.
Q. 최경록은 어떤 선수를 꿈꾸고 있습니까.
저번 주였나. 한 코치님이 제게 “(최)경록아, 너는 지금 독보적이야. 나는 네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압도적인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했어요.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팬들에게 ‘압도적인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볼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기대감을 주는 선수. 그러기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리겠습니다.
Q.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감독과 인연이 있지 않습니까.
아(웃음). 일화가 있어요. 제 친형이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축구를 배울 때였어요. 저는 형 따라다니면서 형이 하는 거 구경하는 어린이였죠. 축구를 정말 우연히 시작했어요. 형들이 5대5 슈팅 게임을 하려는 데 사람이 하나 비는 거예요. 9명이었던 겁니다. 그때 차범근 감독님이 저를 보시더니 “네가 한 번 차봐라. 껴서 같이 해봐”라고 하셨어요.
Q. 그때 잘했나 봅니다.
제가 재능이 있었는지 차범근 감독님이 어머님께 “‘쟤 축구시켜라’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축구를 한 게 여기까지 왔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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