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탁구에서 ‘귀화’라는 말을 많이 쓸까
출처:마니아타임즈|202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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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귀화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쓰는 종목은 탁구이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나 올림픽이 열릴 때면 ‘귀화선수’라는 말이 단골 메뉴로 빠지지 않는다. 중국을 제외한 많은 나라들이 중국에서 귀화한 선수들을 내세워 좋은 성적을 올리려 하기 때문이다.

귀화란 간단히 말해 다른 나라의 국적을 얻어 그 나라의 국민이 된다는 뜻이다. 한자어로 ‘돌아갈 귀(歸)’와 ‘’될 화(化)‘로 쓰며, 원래 중국 등 동양의 왕조 국가에서 형식상 왕의 어진 정치에 감화되어 그 백성이 된다는 의미이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귀화(歸化)‘라는 말을 검색해보면 원문과 국역 모두 228건이 나온다. 조선시대에도 많이 쓴 말임을 알 수 있다. 우리 언론은 일제강점기 시절, 귀화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특히 조선인이 일본으로 국적을 바꾸거나, 만주 간도지방에서 중국으로 국적을 옮기는 일이 있을 때 ’귀화‘라는 말을 썼다.

귀화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naturalization’이다. 이 단어는 중세 프랑스에서 외국인으로 모국어를 쓰는 권리와 특권을 인정한 사람을 말할 때 처음 사용하게됐다. 명사 형태보다 1세기 먼저 동사 ‘’naturalize’가 등장했다고 한다.

우리 언론은 탁구에서 귀화라는 말을 1970년대들어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1971년 1월12일자 ‘김광식(金光植)선수 일본귀화(日本歸化)뜻 비춰’ 기사는 ‘지난해 전일본(全日本)고교 탁구선주권대회에서 3관왕(冠王)이된 재일교포 김광식(金光植)(일본명(日本名) 김석광신(金沢光信)·흥국고(興国高)3년)이 11일 일본(日本)에 귀화할뜻을 밝혀 탁구계에 실망을 안겨주었다’고 전했다.



국내 탁구에서 귀화 문제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안재형-자오즈민 결혼이었다. 한국과 중국간 국경을 넘나든 ‘핑퐁 사랑’으로 화제가 됐던 둘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난 1년 뒤 1989년 11월 서울에서 결혼식을 가졌다. 1985년 3월 스웨덴서 개최됐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사이가 급격히 뜨거워진 둘은 사상 첫 한중 탁구 커플이었다. 자오즈민은 결혼 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현재 세계 탁구에선 많은 귀화선수가 활동하고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참가한 탁구 선수 중 31%가 귀화선수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당시 귀화선수가 15%를 차지했던 농구 보다 그 비율이 두 배나 높은 것이었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중국 태생의 팽 티안웨이는 올림픽 탁구에서 3개의 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는 그동안 싱가포르가 역대 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수(2개)보다 많은 것이었다.

국제탁구연맹(ITTF)이 올림픽과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출전 선수수를 줄이기로 하면서 귀화 선수 비율이 급증했다. 세계 탁구 최강 중국 출신 선수들은 자국에서 국가대표 선발이 어려울 경우 다른 나라로 국적을 바꾸는 일이 많았다. 우리나라 탁구에서 귀화선수는 대부분 중국 출신이다. 당예서, 석하정이 예전 대표팀에서 활약했으며, 지난 해 항조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전지희와 최효주가 대표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주천희, 김하영, 이은혜, 김연령 등도 귀화선수들로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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