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류중일호가 일격을 당했다. 상대는 가장 경계했던 대만이다. 야구 대표팀은 2일 중국 샤오싱 베이스볼&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야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B조 2차전서 0-4로 패했다. 타선의 침묵만큼이나 뼈아팠던 대목은 뒷문단속 실패다. 리그 최고의 마무리를 자랑하던 고우석(25·LG)이 흔들렸다. 8회 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2피안타 2실점(2자책)했다. 2-0에서 4-0으로 벌어지며 추격의 의지가 꺾였다. 그렇게 맥없이 경기를 내줘야 했다.

야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예년보다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약이 많았다. 만 25세 이하 또는 3년차 이하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 엔트리를 구성했다. 이정후(키움), 구창모(NC), 등 핵심 자원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낙마하는 악재도 겪었다. 선발진의 경우 좌완 카드가 전무하다. 믿을 만한 대목은 불펜진이었다. 고우석을 비롯해 정우영(LG), 박영현(KT), 최지민(KIA) 등 자원이 풍부하다. 선발투수가 최소한만 버텨준다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고우석 개인적으로는 지난 악몽을 떨쳐버릴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국제대회만 나가면 이상하리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이 대표적이다. 2-2로 맞선 8회. 병살을 이끌어내면서 이닝을 매조 짓는 듯했으나 베이스 커버에서 실수가 나왔다. 당황한 듯 이후 고의사구와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끝내 적시타를 맞았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연습경기 중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대회 내내 벤치를 지켜야 했다.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모르지 않다. 그만큼 그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을 터. 부담이 컸던 탓일까. 고우석은 첫 등판에서부터 뒷문을 지키지 못했다. 2루타와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한 뒤 2사 2,3루에서 린즈하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마무리 투수는 승리와 직결되는 위치다. 그만큼 과감하게 상대를 윽박지를 수 있어야 한다.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금메달로 가는 길은 여전히 존재한다. 고우석이 빨리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