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 공백 메워달라' 사령탑 당부 배신한 38세 베테랑…잘해놓고 '순간'을 못참다니
- 출처:스포츠조선|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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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은 경기 운영에 실패했고, 38세 노장은 사령탑의 믿음을 배신했다.
23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주말시리즈 마지막 경기에는 무려 84분에 걸친 우천 경기중단이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지루하고 한숨 나오는 ‘항의로 인한 경기지연과 이어지는 퇴장이 2번이나 나왔다.
공교로운 것은 2번의 퇴장 모두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사전 배경이 있었다는 것.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의 보기드문 격렬한 항의에는 앞서 뒤지던 경기를 뒤집은 상황, 석연찮은 볼 판정으로 인한 스트레이트 볼넷, 그로 인한 대량실점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섞여있었다. 당사자인 롯데 투수 심재민이 여러차례 고개를 내저을 만큼 애매한 판정이었다.
서튼 감독은 퇴장을 각오한 항의였다. 애초에 그는 투수 교체를 하려던 김현욱 투수코치 대신 그라운드로 나섰다. 주심의 공을 다음 투수에게 던져준 뒤 내려가기에 앞서 주심에게 항의를 펼쳤다. 주심의 ‘1차 경고‘에도 굴하지 않고 항의를 이어갔다. 경기의 흐름을 끊기 위해서였든, 아쉬운 볼 판정에 대한 항의였든, 서튼 감독은 시즌 첫 퇴장을 당했다.
반면 이용규의 경우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이용규는 전날 시리즈 2차전에서 왼쪽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간판스타 이정후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예정보다 빠르게 1군에 등록됐다. 중견수는 외국인 타자 로니 도슨이 맡더라도, 외야의 한 축이자 테이블세터를 맡아 팀을 이끌어주길 바라는게 사령탑의 마음이었다.
처음엔 기대에 보답하는듯 했다. 1회초 첫 타석부터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2루도 훔쳤다. 후속타 불발로 점수와 연결짓진 못했지만, ‘교타자의 대명사‘ 이용규다웠다.
3회초에는 한술 더 떴다. 선행주자 이지영의 진루를 위한 절묘한 번트에 이어 빠른발로 1루에 전력질주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거듭 이슈가 된 ‘3피트 라인‘을 완벽하게 지킨 질주도 돋보였다. 이용규는 1루를 밟는 마지막 순간을 제외하곤 줄곧 라인 바깥쪽으로 뛰었다.
롯데 1루수 한동희의 송구 실책에 현혹된 걸까. 심판진은 이를 ‘3피트 라인 위반‘으로 판정, 이용규에게 아웃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용규는 침착하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 판정을 뒤집었다. 이어 김혜성의 희생플라이 때 이지영이, 도슨의 투런포 때 이용규도 각각 홈을 밟았다. 사실상 3-0 리드를 만든 모먼트였다.
5회초에는 다시 선두타자로 등장, 또 안타로 출루했다. 3번 모두 출루에 성공한 것.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김혜성의 희생플라이 때 2번째 득점이자 4-4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정후만한 장타력이나 클러치는 아니더라도, ‘교타자의 대명사‘ 이용규다운 노하우와 노련미가 빛나는 경기였다.
하지만 욱하는 성격이 또 자신의 가치를 망쳐버렸다. 폭우와 그라운드 정비로 인한 84분의 경기 중단 후 재개된 6회초 1사 1,2루 상황. 이용규는 볼카운트 2-1에서 바깥쪽 포크볼에 대한 자신의 스윙 판정에 발끈했다. 예상 이상으로 격렬한 항의였다. 홍원기 키움 감독과 김창현 수석코치, 이원석 등 코치 심판 베테랑 선수들이 총동원됐지만, 이리 밀치고 저리 당기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순간의 분노에 자신의 몸을 맡긴 모습이었다.
일찌감치 퇴장을 선언했어도 되는 상황. 하지만 2013년 KBO에 입사, 올해로 11년차를 맞이한 김선수 주심은 앞서 ‘퇴장‘ 카드를 한차례 썼기 때문인지, 감독이 아니라 선수여서인지 망설였다. 결국 퇴장 없이 사태가 1차 수습됐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결국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된 이용규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한마디‘를 참지 못했다. 주심은 즉각 퇴장을 명령했고, 이용규는 또다시 한차례 날뛰며 경기를 지연시킨 뒤에야 라커룸으로 물러났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서는 홍 감독의 뒷모습이 자못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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