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해, 밥값 해야지.”(김가영)

“네, 알았어요.”(신정주)

결국 누나의 협박 아닌 압박에 ‘더 집중한’ 동생이 해냈다. 극적인 상황에서도 농담으로 팀워크를 다지는 팀 색깔도 드러났다. 하나카드의 준플레이오프 극적 승리의 뒷얘기다.

하나카드가 17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2022~2023 웰컴저축은행 피비에이(PBA) 팀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특급 마무리’ 신정주를 앞세워 난적 티에스(TS)·푸라닭의 추격을 4-3으로 꺾고, 2승1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정규 3위로 1승을 안고 시작한 하나카드는 이날 4위 티에스샴푸와의 1차전에서 패배했지만, 자정을 넘도록 진행된 2차전에서 7세트 최종 주자로 나선 신정주의 결정타로 극적 승리를 거뒀다. 이날 2차전에서만 복식까지 포함해 2승.

경기 뒤 만난 신정주는 “10년 늙은 것 같다. 정말 떨렸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부드럽고 섬세한 스타일의 신정주가 느낀 엄청난 부담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신정주는 올 시즌 팀리그 막판에 주로 투입되고 있다. 그는 “시즌 초반 7세트에 출전하면서 성적이 꽤 좋았다. 이후 붙박이로 나를 7세트에 내보내고 있다. 오늘까지 시즌 10번 7세트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아무리 최강의 당구 선수라도 승패가 갈리는 경기에 나서는 것은 힘들다. 신정주도 “앞에서 제발 끝내줬으면 하고 바랐다”고 했다.

하지만 마무리로 승리를 챙길 때의 기분도 짜릿하다. 심장도 더 강해지고 있다. 신정주는 “6세트에 가영 누나가 출전하면서, ‘일할 준비해, 밥값 해야지’라고 말했다. 가영 누나가 6세트에서 이기면서 3-3 동점이 됐다. 그래서 나도 각오를 더 다졌다”고 소개했다. 또 “밥값 해서 기분좋다”라며 활짝 웃었다.

신정주는 프로당구 피비에이의 20대를 대표하는 간판 선수다. 시즌 출범 때 우승을 한 적이 있고, 매 시즌 꾸준히 성적을 내면서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올초 넘어지면서 끊어진 오른손 약지의 인대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거쳤다. 3주 만에 깁스를 풀었지만, 개인투어 7차전에 출전할 수 없었고, 고통을 참고 8차전에 나갔지만 64강에서 멈췄다. 당시 손가락은 거의 움직이기도 힘든 상태였다.

물론 그동안의 성적으로 시즌 랭킹 64강 안에 들어 잔류했지만 아쉬움이 있을 법하다. 그럼에도 그는 “내 부상으로 팀리그 플레이오프 준비에 힘을 보태지 못해 미안했다”며 팀을 먼저 걱정했다.

이날도 손가락이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다. 신정주는 “정상의 80% 정도 회복된 것 같다. 아직도 완전히 펼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그의 시선은 18일 오후 플레이오프에서 만나는 블루원리조트에 쏠려 있다. 어렵게 플레이오프에 오른 만큼 전의는 강하고, 선수단의 응집력도 커졌다.

그는 “팽팽한 대결이 될 것이다. 우리는 강하다. 늘 하던 대로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풋풋한 그의 미소가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