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해… 코트에 몸 던지는 모정
출처:문화일보|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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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오늘도 코트에서 뒹군다. 승리를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김해란(흥국생명·사진)은 1984년 3월생. 불혹이 코앞에 있고, 엄마가 됐지만 여전히 날랜 몸놀림을 자랑한다. 지난 15일엔 프로배구 V리그 최초로 1만 디그를 돌파했다. 김해란은 이날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디그 23개를 추가했다. 통산 1만16디그. 2년 후배 임명옥(한국도로공사)은 8982개, 남자부 여오현(현대캐피탈)은 5121개. 김해란을 따라잡기엔 격차가 크다. 김해란은 통산 433경기, 임명옥은 478경기, 여오현은 562경기에 출전했다. 김해란의 1만 디그 돌파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 디그는 스파이크를 걷어 올리는 걸 의미한다. 수비력, 리베로의 기량을 가늠하는 척도다.


김해란의 1만 디그 정복을 어머니, 그리고 남편과 아들이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김해란은 “아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배구장을 찾은 날 기록을 달성해 기쁘다”면서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기에 최선을 다하고, 항상 모범이 되고자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키 168㎝인 김해란은 한국 여자배구 역대 최강의 리베로. 2012 런던, 2016 리우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2020년 7월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탓에 미뤄지면서 은퇴했고, 그해 12월 아이를 얻었다. 그런데 출산하고 4개월 지나 컴백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꼭 필요한 선수”라면서 러브콜을 보냈다. 김해란은 은퇴하면서 지도자의 길을 머릿속에 그렸지만, 박 감독의 요청에 따라 현역으로 컴백했다.

그런데 김해란의 복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은퇴하기 전부터 부상을 달고 살았고, 시즌 준비에 한창이던 지난해 7월 왼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무릎이 아파 한 달 넘게 재활했다. 김해란은 “출산하고 1년도 되지 않아 코트에 복귀했기에 가족이 걱정을 많이 했고 또 수술까지 받았다”면서 “하지만 어머니가 육아를 도와주고, 남편이 적극적으로 선수생활을 응원하기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해란은 “쉬다가 복귀하는 게 아니고 아이를 낳고 복귀하는 것이기에 다시 아프지 않을까 염려됐지만 가족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해란은 지난해 12월 무릎 부상이 도져 전력에서 빠졌다가 45일 만의 복귀전에서 대기록을 작성했다.

김해란은 2002년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했고, 공격수였지만 발목을 다치면서 리베로로 포지션을 바꿨다. 신의 한 수. 김해란은 각종 국제대회에 붙박이 국가대표 리베로로 출전했고 2016년 2월 1일엔 V리그 한 경기 최다인 54디그를 작성했다. 그리고 1만 디그 고지에 올랐다. 김해란은 “아이가 있어 더 힘이 난다”면서 “출전하기 위해 출근하면서 아이에게 ‘엄마 다녀올게’라고 인사할 때마다 아이는 미소를 짓는다”고 말했다. 김해란은 “아무래도 오래 했으니까 힘든 적이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 “하지만 아이와 함께 자고 나면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배구는 4세트까지는 25점을 먼저 확보하면 세트를 가져간다. 마지막 5세트는 15점.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섭렵한 백전노장, 최강의 리베로 김해란은 ‘지금은 5세트 14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마지막 포인트를 남겨둔 시점에 서 있다는 의미. 김해란은 “하루하루, 한 경기 한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게 된다”면서 “후배들에게 결혼한 뒤에도, 아기를 낳은 뒤에도 운동을 계속,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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