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인대 부상 딛고, 독기 품었다
- 출처:조선일보|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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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8년 만에 국가대표로 발탁된 신지현(26·부천 하나원큐)은 자신이 그 영광의 주인공이 되길 원한다. 신지현은 신인 시절 전주원 감독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부상과 재활의 긴 시간을 거쳐 2020-2021시즌, 프로 8년 차에 ‘유망주’ 껍질을 깨고 코트를 누볐다.
신지현은 프로 데뷔 전부터 두 가지 이유로 주목받았다. 먼저 2013년 선일여고 3학년 시절 한 경기에 61점을 쏟아부으며 당시 고교 대회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썼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었던 하나원큐 관계자들은 해당 경기 영상을 여러 차례 돌려본 뒤 ‘저렇게 넣는 건 아무나 못 한다’고 결론 내리고 신지현을 선택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외모다. 팬들은 그를 ‘코트 위의 아이돌’이라고 불렀다. 2020-2021시즌 올스타전에도 팬 투표 2위에 올랐고, 그의 방송 인터뷰 영상이 높은 조회 수를 올리곤 했다.
최근 진천선수촌에 들어가기 전 인천 청라에 있는 구단 체육관에서 만난 신지현은 ‘그동안 실력보다 외모로 주목받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예쁘다는 소리가 싫진 않아요. 그렇지만 농구로도 인정받고 싶어요. ‘농구를 잘하는데 예쁘기도 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었죠. 전 농구 말곤 특별한 취미도 없어요. 항상 팬과 가족 앞에서 농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어요.”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냈느냐고들 많이 묻죠. 힘들었지만 말 그대로 그냥 버텼어요. 때로는 다른 선수가 경기를 뛰는 걸 보는 게 괴로워서 농구를 아예 안 본 적도 있어요.”
긴 공백도 신지현의 열정을 꺾진 못했다. 그는 “선수라면 누구나 다 열심히 한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의 끈기는 같은 농구인들이 보기에도 분명히 남다르다. 하나원큐 시절 신지현과 함께 재활했던 대표팀 최고참 김정은이 “나도 그렇게 독하게 재활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할 정도다. 그를 가르치는 하나원큐 이훈재 감독도 “신지현의 최대 장점은 근성”이라고 했다. 감독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야간 훈련을 요청한 적도 있다고 한다. 신지현은 지난 시즌 경기 12.8점 5.0어시스트 1.1스틸로 활약하며 처음으로 ‘베스트 5’로 뽑힌 뒤 “그냥 농구를 잘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히며 울먹였다.
신지현은 “작년에 세운 가장 큰 목표가 바로 올림픽 대표로 뽑히는 것이었다”며 “그동안 팬들 기대에 못 미쳤는데, 지난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 올림픽 무대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고 했다.
2000년 시드니에서 올림픽 농구 최초로 트리플 더블(세 개 부문 두 자릿수 기록)을 작성한 전주원 감독은 신지현의 고교 선배다. 2013년 전 감독이 당시 고등학생이던 신지현에게 가드로서 필요한 드리블, 패스 등 기술을 직접 가르친 적도 있다.
“항상 존경하는 전주원 감독님, 그리고 신인 때 리그에서 함께 뛰며 제 공을 많이 뺏은 이미선 코치님께 이번 기회에 많이 배우고 싶어요. 지난 시즌에 한 단계 올라왔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는데,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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