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사령탑 데뷔승 쉽지 않네요. 하하.”

나란히 프로 데뷔승을 노린 K리그 초보 사령탑간의 승부는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K리그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양 팀 수장의 뚜렷한 전술 색채는 보는 이들을 신나게 했다.

정정용 감독의 서울이랜드와 설기현 감독의 경남FC가 17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끝난 ‘하나원큐 K리그2 2020’ 2라운드에서 2-2로 비겼다. 지난 개막 라운드에서도 나란히 무승부를 기록한 양 팀은 시즌 초반 2무(승점 2)를 기록했다.

지난해 U-20 월드컵 준우승 신화를 견인하는 등 10년간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유소년 축구 발전에 이바지한 정 감독은 ‘만년 최하위’로 불린 서울이랜드 체질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제주 유나이티드와 개막 라운드서부터 조직적인 수비에 콤팩트한 공격 전개로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경남전에서도 상대 틈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디테일하고 빠른 템포의 측면 빌드업을 강조하는 설 감독의 경남도 마찬가지. 전남 드래곤즈와 개막 라운드에서 골 결정력 결여로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지만 공격 지향적인 그의 축구는 이날도 지속했다. 지난 전남전에서 좌,우 풀백으로 투입돼 전술의 핵심 구실을 한 이재명, 우주성을 선발진에서 빼고 하성민과 김규표를 투입했다. 하성민이 2선 중앙의 장혁진과 수시로 위치를 바꾸면서 공격 지원에 나섰고 윙어 황일수가 공수를 부지런히 오갔다. 김규표는 지난 경기 우주성처럼 수비 지역에 머물지 않고 높은 지점에서 위치하며 지원 사격했다.

경남은 전반 볼 점유율에서 69-31로 서울이랜드에 앞서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에도 마무리였다. 제리치가 시즌 첫 선발로 최전방을 책임지며 전반부터 유효슛 2개를 만들어냈지만 위력이 없었다. 또 황일수와 백성동이 번갈아가며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정확도가 떨어졌다. 오히려 서울이랜드가 2선의 김민균을 중심으로 레안드로, 수쿠타-파수 두 외국인 공격수를 앞세워 예리한 역습을 펼쳤다.

후반 초반 양상도 비슷했는데 ‘0의 균형’을 깬 건 서울이랜드다. 후반 9분 레안드로가 역습 기회에서 페널티킥을 이끌어냈고 키커로 나서 오른발로 차 넣었다. 그러자 설 감독은 곧바로 고경민을 빼고 베테랑 윙어 배기종을 투입했다. 이는 즉시 효력을 봤다. 4분 뒤 배기종이 오른쪽에서 낮게 차올린 공을 박창준이 문전으로 달려들며 동점골로 연결했다. 오름세를 탄 경남은 후반 27분 박창준의 패스를 받은 백성동이 역전골까지 터뜨리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서울이랜드도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43분 레안드로가 문전 침투 과정에서 경남 수비가 뒤엉켰고 번개 같이 쇄도한 김민균이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서울이랜드는 후반 막판 원기종이 두 차례 일대일 기회를 잡았지만 경남 수문장 손정현 선방쇼에 가로막혔다. 양 팀 사투는 결국 무승부로 끝났다.

나란히 골 결정력에서 2% 모자랐지만 감독 색채를 잘 표현한 경기였다. 설 감독은 “첫 경기와 비교해서 오늘은 좀 더 공격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격 숫자를 4명에서 5명으로 더 늘렸다. 황일수 등 측면에서 움직임은 좋았다고 본다. 앞으로도 수비적으로 나서는 팀의 전술을 극복할 우리만의 색깔을 펼쳐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정 감독도 “상대 공격적인 전술에 맞춰 2선에서 선수들이 기다리다가 압박 타이밍을 찾으려고 했다. 경남은 볼 소유력이 좋은 선수가 많아 쉽지 않았는데 후반 (많이 뛴) 상대 측면을 노릴 수 있다고 여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제골을 터뜨리고 김민균의 동점골을 도우며 1골 1도움을 기록한 레안드로 활약에 “상대 측면이 엷으니까 (역습) 기회가 오리라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을 주입을 시켰다. 자기 역할을 충분히 잘 해줬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