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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끝나고 선수들 민낯도 보고..벤투의 진짜 도전이 시작됐다
출처:뉴스1|2019-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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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땅을 밟은 것은 지난해 8월20일이었다. 처음 선수들을 소집했던 9월을 기준으로 삼아도 부임 후 만 5개월이 지났다. 달로만 계산하면 반년이 넘었으니 제법 시간이 흐른 셈이다.

그 사이 아시안컵이라는 큰 실전 무대까지 치렀고, 생각보다 저조한 결과(8강 탈락)와 함께 이제 여론도 "더 이상 좋은 게 좋은 것은 아니다"는 쪽으로 냉정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소위 ‘허니문 기간‘은 끝났다. 벤투 감독의 도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벤투 감독은 온도차가 확연한 연말연시를 보냈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그가 처음 경험하는 한국의 겨울은 꽤 따뜻했을 것이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벤투호는 9월부터 11월까지 매달 2차례씩 평가전을 가졌는데 6번의 경기에서 3승3무 무패를 달렸다. 상대가 우루과이, 칠레, 코스타리카, 호주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이었던 만큼 결과는 박수 받을 만했다. 내용도 준수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팀을 상대로도 차근차근 우리 경기를 풀어나가려던 노력은 내일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가뜩이나 벤투 감독 부임 전 한국 축구의 흐름이 좋지 않았기에 안팎의 찬사가 쏟아졌고, 축구계 전체에도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꽃길도, 축구의 봄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새해 시작과 함께 분위기가 달라졌다. 59년 만의 아시안컵 탈환을 기치로 세우고 아랍에미리트 땅을 밟았던 벤투호는 8강전을 끝으로 짐을 쌌다. 한국의 꿈을 무산시킨 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3위 카타르(0-1 패)였기에 허탈감이 더 컸고 이기긴 했으나 앞선 4경기 내용도 탐탁지 않아 화살이 쏟아졌다.

전체적으로 운이 따르진 않았다. 부상자가 속출했고 대회 내내 이상한 악재들이 겹쳤으며 축구협회는 어설픈 지원으로 긁어 부스럼만 키웠다. 그러나 벤투 감독의 유연한 대처도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12월말 뉴스1과 마주한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벤투 감독이)지금까지는 잘 왔지만 이제 시작이다. 어려운 시기가 왔을 땐 어떻게 극복하는지, 실제 토너먼트에서는 어떻게 팀을 이끌지 모를 일이다. 당장 내년 1월 아시안컵 결과에 따라 지금의 따뜻한 분위기는 확 바뀔 수 있다"고 경계한 바 있는데, 딱 그 지점에 와 있다.

결과에 따라 여론이 바뀐다는 것을 알고는 있겠으나 갑자기 차가워진 흐름에 벤투 감독도 정신을 번쩍 차릴 상황이다. 언급했듯 달콤한 신혼기간은 끝났다. 사실 벤투 감독 입장에서 더 당황스러운 것은, 실전에 돌입하자 드러난 선수들의 ‘민낯‘일 수도 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게 맞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컵 실패에서 선수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들이 적잖다. 일단 부상자들이 그렇다. 몸 관리 역시 프로의 능력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다수의 선수들은 낙제점이 아깝지 않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 역시 질타가 불가피하다. 부상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부족한 실력이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의 수준은 당당히 ‘우승‘을 외쳤던 것이 민망한 수준이었다. 약체들이 꺼내 든 밀집수비는 깨뜨리지 못했고 한국을 꺾어보겠다 달려드는 팀한테는 당황했다. 점유율이 높아졌다지만 의미 없는 횡패스나 백패스의 영향이 크고, 거칠게 압박이라도 가하면 패스미스를 남발했다.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공을 원하는 곳에 보내지도 못했다. 경기 중 선수들의 어이없는 실수를 반복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의 전개가 진행됐을 때 벤투 감독이 답답하다는 제스처를 내비쳤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전에 이르니 감독의 역량보다 먼저 선수들의 능력치가 공개됐다. 벤투 입장에서는, 식어버린 여론보다 더 큰 고민일지 모른다.

순풍에 돛 달고 꽃길을 항해했던 벤투호가 경험치 못했던 풍랑 앞에 마주한 형국이다. 벤투 감독의 도전은 사실상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다음 소집은 3월이다. 2월에 적절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꽃 피는 봄날에도 시린 바람을 맞아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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